맥주를 좋아하다 보면 수도권 여기저기 곳곳에 숨어있는 펍이나 맥주 행사에 뽈뽈뽈 다니기 마련이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있었다.
맥주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면서 맥주를 넘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며, 음식도 취미보다는 잘하고 모임도 잘 만드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사였다.
인싸 같은 성향에 다양한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끌려가서 즐겁게 놀곤 했는데,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맥주를 전문적으로 파는 펍을 만들었다. 그것도 신당역 근처에 말이다.
내 기억에 신당은 떡볶이 말고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 펍을 시작한다고 들었을 때 더 흥미로웠다.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오픈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헤이웨이브 위치 및 영업시간, 그리고 매장 안내(네이버 기준)
- 신당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천천히 5분 안에 있다.
- 평일 오후 6시~10시, 주말 오후 4시~10시이며 화요일이 휴무.
- 네이버 설명에는 신당의 작은 해변 헤이웨이브입니다.
- 맥주 팔아요. 작은 안주도 팔아요.
4번 출구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걸어가면 5분 안에 헤이웨이브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는 을지로같이 노포 느낌이 나는 식당들이 여기저기 위치해있다. 항상 다녔던 서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여행 온 것 같은 기분마저도 든다.
헤이웨이브 입구는 이렇게 강력한 보라색 빛이 감싸고 있다. 크래프트 비어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다른 곳으로 오해할 뻔했다.
ㄱ자 또는 ㄴ자로 되어있는 바 형태로 되어 있고 8 좌석으로 아늑한 맥주 펍이다. 요즘 힙하다는 감성처럼 핀 조명이 맥주와 간단한 음식을 더 맛있게 느끼게 해주는 포인트도 좋았다.
소규모 업장이므로 5가지 정도 맥주 라인업을 유지하고 계시고, 한 종류당 평균 한 케그 정도 받으시는 것 같다. 그 말은 맥주 라인업이 다른 펍에 비해서는 자주 바꿔진다는 소리다.
맥주 라인업 변경이 빠르면 빠를수록 신선하고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맥주 라인업도 사장님이 고심해서 고르시고 상태도 매번 확인하시니 맛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양조사 경력이 있다면 어떨까? 손님 입장에서 맥주 관리가 잘되니까 더 좋지!
음식의 경우는 바로바로 만들어서 주시는 편이라 맛있다. 원래 튀김도 갓 튀긴 튀김이 맛있지 않습니까?
인스타그램을 보면 식재료를 가져다 드리면 최대한 맛있게(하지만 실패할 수 있음) 해주신다고 하니, 두 번째나 세 번째 방문 시에 식재료를 드려서 사장님이 눈동자가 흔들리게(놀라게) 해드리면 어떨까 싶다.
첫 잔으로는 툼브로이의 헬레스를 주문했다. 부산여행을 가서 정말로 맛있고 즐겁게 보냈던 툼브로이 맥주들을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국내에서 만든 독일식 크래프트 맥주 중에서는 정말 최고 같았다. 이런 맥주를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마실 수 있으니까 행복하다.
메뉴판에 있었다가 빼신 메뉴. 사실 이거 먹어보러 왔다. 사장님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지만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는 재미는 못 참지!
고소하고 적당한 산미에 포만감도 느낄 수 있어서 혹시나 식사대용이 필요하다면 주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다만 매번 있는 건 아니니까 사장님에게 꼭 문의해보자.
음식 메뉴판 설명 그대로다. 포슬포슬한 감자튀김에 살사 브라바 소스를 같이 먹으니까 상큼하면서 기름진 느낌 없이 하나씩 쏙쏙 먹는 재미가 있는 안주다.
두 번째는 끽비어의 잉IPA를 마셨다. 뉴잉글랜드 IPA스타일은 여전히 트렌드 맥주 스타일 중에 하나다. 외관은 주스같이 맛있어 보이는 모습에 열대과일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씁쓸한 맛보다는 과일주스 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알코올 도수과 쓴맛이 덜 느껴져서 여름에 마시기 제격이다.
사장님을 알면 가끔은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맥주는 많이 주문해서 드셔야 해요?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그 맥주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주시면서 "페어링은 하셔야죠?"라는 멘트를 날리시는 사장님. 배우신 분은 다르구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언제 또 방문할지 모르니까 방문한 김에 많이 마시고 가야지 했는데, 툼브로이 사장님이 헤이웨이브에 방문하셨다. 부산에 계셔야 하는데 왜 서울에...?
맥주 행사 참여차 서울에 올라오셨는데 헤이웨이브를 방문하셨다고 한다. 옆에 툼브로이 양조사님도 계시니까 막잔은 도펠복을 주문했는데 툼브로이 맥주를 한잔씩 돌리셔서 감사히 마셨다.(늦었지만 감사히 잘 마셨습니다.)
도펠복도 국내에서 만드는 브루어리를 본적이 거의 없어서 신기했다.
탭으로 마실 수 있게 양조해주셔서 감사한 마음과 음용성이 떨어지지만 진한 느낌의 맥주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취해서 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몰트의 달콤하면서 무겁지 않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시즈널로 만드실지 이벤트성으로 만드실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이 맥주를 발견하신다면 꼭 드셔 보는 걸 추천한다.
헤이웨이브에 대한 짤막한 생각
헤이웨이브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적은 좌석이라서 사장님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로 혼자 방문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펍이다.
커플이 방문해도 좋다. 맥주 한잔 시켜서 오늘 있었던 즐거웠던 순간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생각 없이 맥주를 마시다 보면 사장님의 서비스가 가끔씩 서프라이즈로 다가올 수 있으니, 단골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일~이주일에 한번 정도 맥주 라인업이 바뀌면 무슨 맥주를 고민해서 고르셨는지 이야기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니 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식재료 들고 헤이웨이브를 방문해봐야겠다. 동공 지진하는 사장님의 눈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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