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위주의 조용하고 아늑한 bar, 미주가
나는 두부를 좋아한다.
전통주 bar에 갔다 왔다면서 왜 두부 이야기냐고?
두부를 검색하다가 미주가까지 검색하게 돼서 그렇다.
인스타에서 두부를 판매하는 두부하다 라는 매장이 있었다. 위치는 미주가에서 도보로 3분 거리로 무척이나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있었다"가 없어졌습니다... 집에서 무려 한 시간 사십 분을 가야 은평구에 도착하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곤 했었는데,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을 마지막으로 영업 종료를 했다.
언젠가는 다시 두부로 요리를 하시겠지 했는데, 미주가에서 일하신다는 소식에 언제 두부요리가 나오나 @tofudobby와 @mijuga_ 인스타를 자주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가 두부는 아니지만 부라타 치즈를 올린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부챗살 스테이크 덮밥을 점심에 판다는 팝업 안내를 보고 방문해보았다.
미주가는 연신내역에서 걸어서 7분 정도면 도착할 만큼 멀지 않다. GTX-A노선 공사로 연신내역 6번 출구로 나오면 좀 돌아서 가게 되니 당황하지 마세요.(저는 당황했습니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 주말 팝업이 있으면 12시부터 오픈해서 3시까지 영업을 하고 저녁에는 평일 영업시간과 동일하게 운영하시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당일 영업시간을 올리시니까 방문 전에 꼭 확인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하는 동안은 일요일도 영업을 하신다.
주차공간은 따로 없으니 뚜벅이로 오거나 공영주차장을 추천! (술 마시러 가는데 차 가지고 가는 건...?)
날씨가 참 좋았던 그 날.
외관이 나무 소재로 되어있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채색 없이 선으로만 이루어진 로고가 동양스럽고 귀엽다.
술과 안주를 즐기기에는 불편함 없는 의자.
문 앞에 옷걸이가 있어서 외투를 두기 편했고, 오늘은 사장님이 부재중이신가 보다. 작업복(?)만 덩그러니 있었다.
인스타 어제자 스토리를 보니까 사장님은 열심히 술을 달리시는 것 같았는데(...)
전통주 위주의 bar는 처음이라 병모양이 친숙하면서도 간간히 어디선가 봤던 증류주들이 눈에 뜨인다.
근데 이쪽은 하나도 모르겠...
앉으면 바가 생각보다 넓다. 스터디 카페에 있는 제일 넓은 책상보다 넓다. 혼자 음식 6개 깔아놓아도 될 정도로 넓다.
이렇게 넓은 Bar는 처음 본다. 편하게 먹거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등 의도하신 부분인가...?
화장실도 실내에 위치해있는데 공용이지만 아주 깔끔하게 관리하고 계셔서 좋았다. 방음이 잘 안되니 물을 틀어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아늑한 공간으로 이루어진 매장들을 보면 디자인적인 요소가 꼭 있다. 그런 등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예쁜 꽃밭 사진에 귀여운 달력까지!
아기자기한 포인트들이 있어서 메뉴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쓱쓱 보면 지루하지 않게 음식을 기다릴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주점에는 항상 이런 안내가 메뉴판 제일 앞자리에 있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의 희석식 소주는 판매하고 있지 않으니 혹시나 희석식 소주를 원한다면 다른 가게를 추천한다.
주류 메뉴판을 쓱쓱 보니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류보다는 생소하거나 매력적인 우리술 위주로 되어있다.
가격은 참이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우리술을 판매하고 있다.
맥주도 카스나 테라 같은 대기업 맥주는 없고 크래프트 맥주 위주로 매장 콘셉트에 맞는 주류들을 구비해놓으셨다.
bar이니까 구입했던 주류 보관이 가능하고, 취향에 맞게 주류 추천이 가능하다. 음식을 고르고 페어링이 되는 주류를 추천받으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메뉴판이 한 장 더 있었는데 못 찍었다 ㅠㅠ
메인 메뉴 중에 식사대용은 파스타가 눈에 띈다. 2차로 방문한다면 작은 접시에 있는 간단한 안주를 골라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국물이 있는 안주를 좋아해서, 오뎅이랑 라면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 방문해보면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
점심 팝업이기에 부라타 치즈를 올린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부챗살 스테이크 덮밥을 주문하고 주류는 최근 서울양조장의 서울막걸리를 주문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먹기에는 적당한 양의 바질 페스토 파스타에 생각보다 큰 부라타 치즈가 올라가 있어서 점심 겸 낮술에 딱 맞았다. 혹시나 양 추가 가능하면 주문해보고 싶은 맛이다 ㅠㅠ
이 정도면 충분하게 한 끼 식사대용으로 가능하게 적당한 두께에 밥을 빙 두를 만큼 부챗살이 올라가 있다. 밥은 양념소스가 뿌려져 있었고 비벼먹지 말고 일본식 덮밥처럼 떠먹으면 된다.
파스타에는 코니숑 피클이 덮밥에는 간단한 국과 김치가 제공된다. 코니숑 피클은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했던 맛보다 훨씬 셔서 당황했다. 느끼한 파스타랑 같이 먹으면 어울릴 것 같다.
막걸리 전용 디켄더가 있어서 정말 놀랐다. 막걸리의 맑은 부분을 먼저 디켄더에 따르고, 가라앉아있는 우유 빛깔의 지게미를 손목 스냅으로 잘 섞어서 넣어주면 된다. 이 과정을 보면서 막걸리도 보는 즐거움을 가진 술이라는 걸 느꼈다.
처음에 막걸리가 담긴 병을 보면서 생각한 게, 우유병인가 착각할 정도로 익숙하면서 귀여운 디자인의 병이다.
디켄더에 막걸리를 다 따르면 정말 우유 같은 질감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막걸리에 가라앉은 부분을 먹냐 안 먹냐 나누워져있는데, 나는 안 먹는 쪽이다. 안 섞어먹는 게 입맛에 더 맞았다.
근데 서울막걸리는 섞어 먹는 게 맞다.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지고 텁텁함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에 아주 약한 단맛이 있어서 드라이한 막걸리 취향을 가진 분들에게도 꼭 먹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과일도 주셨는데 행복했다. 식사가 맛있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라 더 좋았나 보다.
기본적으로 아늑한 느낌에 대화해도 몰입이 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면, 미주가를 꼭 가보기를!
생각해보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책상의 넓이가 넓다. 그래서 직원과 손님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서 불편함이 덜한 걸 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안주빨 있는 분이라면 주류 가격만큼 안주 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게 나야)
증류식 소주와 전통주에 관심이 있고, 조용하고 차분한 장소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딱인 공간이었다.(그게 나야222)
2월에는 빅 이벤트가 많을 것이라는 소식에 두부요리가 나오기를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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